김치찌개다운 김치찌개가 진짜 오랫만이다. 자영업 매일 10시간 12시간을 하다 보니 막상 일을 하기전이나 마치고난 후에 갈만한 식당도 다 문을 닫기 때문에 직장생활 했던 때만큼 이곳저곳에서 식사를 해본적이 정말 오래됐다. 날을 잡아서 근교에 맛집을 다닐때와는 다른 그냥 아주 평범한 그런 점심이나 저녁식사라는게 참 오래간만이다. 본래 장안동에 유명하다는 보쌈&칼국수 집을 가기로하고, 가을비가 꽤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꾿꾿히 걸어 갔는데, 도착하니 문을 닫은게 아닌가. 막상 뭘 먹으려고 마음을 먹어도 참 고민거리다. 머리통 둘이 합쳐 쥐어짜내도 딱히 결정을 못내리는 그 때. 김치찌개집이 보였다. 친구놈이 가본적이 있는 곳이었고, 체인점이라고 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체인점이고 나발이고 밥먹으러 나와본적이 오래됐기 때문에 이게 체인점인지도 몰랐다. 무튼, 주변 가게들에 왁자지껄하니 술상들이 있는 곳보다야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가족단위 손님도 있었고,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도란도란 식사자리하는 것 처럼 보였다. 돼지고기가 3덩어리 큼지막하게 들어간 김치찌개가 나오고, 정성을 잔뜩 들인 달걀말이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달걀말이보다는 찜을 선호하는 편이라, 아쉽게도 말이는 남겼다. 찌개는 뽀얀 육수가 아닌 맑은색의 육수인데, 개인적으로는 살짝 집에 촥촥 감기는 맛이 좋아서 얼른 라면사리를 투하했다. 밥, 라면사리도 인원수대로 포함된 가격이고, 2인상 기준 2만5천원이다. 큼지막하게 썰린 김치와 덩어리째 들어있는 고기를 직접 자르면 되는데 김치는 잘게 썰어주시든가 아니면 썰지 마시던가 하면 좋겠다. 어중간하게 깍둑썰기해서 주셔가지고 작게 자르기도 어려웠다. 화력이 센 화구에 끓이기 때문에 금방 육수가 졸아들며 나트륨파티가 열리는데 아~ 이 맛이다. 새콤달콤짭잘한 돼지김치찌개에 라면사리 넣어서 먹는 맛이 아주아주 좋다. 십년전 회사다닐 때 식권 밥 거르고 나가서, 비싼 점심밥 먹는 기분이다. 고기는 육수가 자작하게 쫄아들어 흡사 김치찜이...